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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간과 사귀는 법을 배워야 해요 아니면 자신과 처음 만난 것처럼 새로 사귀어야죠 오리엔테이션은 언제나 어리둥절해요 다과를 차려놓고 둘러앉아 볼까요
나와 공간과 나
처음엔 귓속말, 다음엔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죠 그러나 점점 큰소리를 쳐야 들리는 곳까지 멀어져요
종이컵 전화라도 만들 걸 그랬어요 벙긋거리는 입으로, 뭐라고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요?
모래사장이 펼쳐져요 집은 멀어지고 나는 자꾸 나에게 돌아가려 애써요
애초에 목소리는 없어요 우리의 혀는 색을 잃었죠 말은 어둠 속에 잠기지만 표정이라도 보이는 곳에 있어줘요
벌써 저기 멀어진 당신
등 뒤의 얼굴이 낯설어요 우리 사이엔 발자국이 어지러워요
그곳에 내 문자가 도착이나 할까요
- 팽창하는 우주, 권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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