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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크게 먹고 당신을 또 용서하지만 그래서 늘 시시한 일로 돌아가지만 소금을 물에 녹이듯 굴욕을 한입 가득 물고 파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어두운열매를 눈물 없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고 나는 여전히 당신의 밀도에 녹는다 그래서 늘 녹초가 되어 바다로 온다 거품을 물고 쓸려 와 모래 틈으로 사라지는 것 파도 같은 것 나도 사라지고 기억도 사라지는 것 어쨌든 나는 평생 사라지는 것 파도의 이야기에는 늘 덜 아문 흉터가 있고 바닷가 풍습에 나는 걸핏하면 화를 낸다 - 바닷가 풍습, 허연 표현 진짜,, 어떻게 바닷가를 보며 저런 생각과 은유를 가질 수 있을까. 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작용과 반작용같은 마음의 움직임. 나는 여전히 당신의 밀도에 녹는다니.. 그러곤 모래 틈으로 스며들듯..
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가 물러갔다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개가 한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 개도 나를 처음 봤을 것이다 내가 개를 스쳤다 개가 나를 훑었다 낯이 익고 있다 냄새가 익고 있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땀을 흘리는데도 개는 가죽을 벗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 땀을 흘리는데도 나는 외투를 벗지 않고 있었다 어찌하지 않은 일 우리는 아직 껍질 안에 있다 뭔가 잡히는 것이 있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꼬깃꼬깃 접힌 영수증을 펴보니 다행히 여름이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 계절감, 오은 계절이란 단어는 참 미묘한 것 같다. 어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 광장, 최인훈 사실 시가 아닌, 소설의 첫 문장이다. 소설의 주제를 담은 듯하며 바다를 표현한 이 음유적인 표현들이 좋아 담아보았다.
남들은 우습다 유치하다한들 나는 믿는다 영원한 영혼을, 죽음 너머 그 곳을 그렇다고 믿자 내가 늙고 어느덧 잔디를 덮어눕고 당신이 있는 그 곳에 가거든 한 번 심장이 터져라 껴안아라도 보게. 나 너무 힘들었다고 가슴팍에 파묻혀 울어라도 보게. - 서덕준, 천국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와 '너'의 대비적인 상관관계, 그리고 두 단어가 내포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돋보이는 시였다. 제목인 '너에게 묻는다'처럼 '너'에게 마지막 행을 통해 화두를 던진다. 누군가에게 뜨겁게 타올라 헌신하고 희생하고 하얀 재로 남은 연탄재와 그 대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너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며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적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면 좋은 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