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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가 물러갔다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개가 한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
개도 나를 처음 봤을 것이다
내가 개를 스쳤다
개가 나를 훑었다
낯이 익고 있다
냄새가 익고 있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땀을 흘리는데도
개는 가죽을 벗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
땀을 흘리는데도
나는 외투를 벗지 않고 있었다
어찌하지 않은 일
우리는 아직 껍질 안에 있다
뭔가 잡히는 것이 있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꼬깃꼬깃 접힌 영수증을 펴보니
다행히 여름이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 계절감, 오은
계절이란 단어는 참 미묘한 것 같다.
어떤 기억을 되살려 볼 땐 그 계절감이 함께 떠오른다.
아 그때 이 옷을 입었었지. 누구와 뭘 했었지. 붉은 햇살과 푸른 바다. 크리스마스 트리...똑같이 1년 단위의 한 해들 속에서도 어떤 여름은 길고 어떤 여름은 짧다.계절 들의 길이는 나의 기억 파편들을 형상해준다.곧 다가오는 계절은 짧을 지 길지도 모른 채 기다리는 나는어떤 기대와 함께 지낼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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