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L MAGAZINE
그대가 젖어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 감겨 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 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 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연
나는 몸이 없고 형체도 없어요. 당신 곁에 오래 머물 수도 없고 당신과 함께 살 수도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을 사랑해요. 그건 당신도 알 거예요. 나는 손도 없고 발도 없어요. 당신과 정답게 볼을 부빌 수도 없고 당신과 어깨 기대어 마주 설 수도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을 만질 수는 있어요. 그건 당신도 느낄 거예요. 나의 몸은 다만 자취. 나의 마음은 다만 흐느낌. 자취와 흐느낌만으로 당신을 그리워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그건 앞으로도 오래 그럴 거예요. - 바람, 나태주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연인은 서로를 배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배우듯 상대방을 보고 듣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연애란 결국 아는 단어 몇 개를 읊어대다 포기해버린 제 2외국어와 같다. - 비브르사비, 윤진서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 생각이 나서, 황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