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시 #38 나는 수천 번 그대의 이름을 쓰고 지운다 지우고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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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 일 서러울 것도 없지

폭풍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그대도 그러한 것 뿐

꿈을 꾸고 깨어나는 일 그리울 것도 없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내가 있었던 건

그대의 탓도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갈 수도 있었던 먼 나라

우리가 붙잡을 수도 있었던 기적

달콤하고 쓰디 쓴 허상 불빛처럼 흐르다 지친 눈물

우리를 삼켰다 급히 뱉어버린 열정 위에

나는 수천 번 그대의 이름을 쓰고

지운다 지우고 또 쓴다

 

-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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