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시 #33 숲은 우는 사람의 옆모습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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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영화 속

주인공은 왜 자꾸 도시를 헤매는 걸까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볏짚이 탄다 잉걸불이 인다 불씨는 자기를 새라고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면 새라고 믿고 날아가, 연기를 꿰어 노래를 만들었다

 

찻집이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면 공방이 나왔다 손으로 뜬 수세미와 골무를 보고 있었다 옷걸이 모양대로 빨래가 말라 있었다 부들부들했다 멀미가 났다 빚어서 만든 찻잔과 식기들

주인이 웃으며 바라봤다 다음 주에 전시회가 있으니 꼭 오라고

 

풀려버리고 난 후에도 스웨터의 모양을 기억하는 털실처럼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도시에서 약속을 하고

오후라고 말했다 비라고 말했다

수요일이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사람들은 창 너머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둠과 더 짙은 어둠은 빠르게 지나갔다 붓끝을 털거나 손끝으로 밀어서 그린 듯 흘러내렸다

 

숲은

우는 사람의 옆모습을 닮아 있었다

 

눈이 쌓이고 난 후의 흰빛이 음악이 된다고 믿었다 눈은 내리고 오래지 않아 더러워 보였다 나는 거기까지를 눈이라고 불렀다

 

- 후속, 여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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