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L MAGAZINE
너와 걸을 땐 땅이 오선지였고 우리 사이의 거리가 쉼표였고 지나가는 바람이 장단이었지 한 박자 쉬고 내뱉는 것이 선율이었고 난 그 안에 영영 갇히고 싶은 음표였지 - 너라는 악보, 백가희
너를 조준해서 쏜 빛이 아니었음에도 멀리서도 네가 반짝거렸다 눈이 부셔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온 세상이 빛을 물들었다 한낮에 오래 머물렀고 깊은 밤에 깊게 적셨다 생애 처음으로 맛본 환희 사랑이 멋대로 번졌다 - 낯선 환희, 백가희
마음들 다 곱게 접어 보고 싶다란 한 문장으로 축약하기 전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죽여야 했는지 - 세상의 모든 험한 일로부터 너를 지키면서, 백가희
멀리서 쌓아 놓은 길을 즈려밟고 온다 심장을 차고 달리며 오고 있다 다왔다 그대와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다 목숨 걸고 사수했던 역이다 - 행복 간이역, 백가희
양동이에 물을 담고 가다가 방심하고 엎질렀는데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물은 별이 되고 맨땅이 우주가 됐어 사랑하는 일은 그런 거야 숨을 쉬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온 세상이 오는 일인 거야 온 우주를 맛보는 일이야 로망 실현, 백가희 나도 돌이켜 보면 사랑은 우주였다. 그런 순간들이 있다. 우주선에 타있는 느낌. 물론 우주선을 타서 우주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 앞에 그 광경이 펼쳐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