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시 #23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그대가 젖어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 감겨 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 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 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연